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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성 피부, "적게 바르고 적게 씻자"... 화장품 선택법과 적절한 시술은?
화장품 샘플만 발라도 얼굴이 따갑고 화끈거리는 사람이 있다. 바로 민감성 피부다. 2017년 국제 가려움증 포럼에서는 정상적으로 이상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경미한 자극에도 가려움, 따가움, 당김 같은 불쾌한 감각이 나타나는 피부를 민감성 피부로 정의했다.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가장 강력한 유발 인자는 다름 아닌 화장품이다. 피부 장벽이 약해진 상태에서 여러 단계의 화장품을 겹겹이 바르면 오히려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그렇다면 세안부터 보습, 자외선 차단, 메이크업까지 민감성 피부는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피부과 전문의 최우진 원장(리뉴미피부과의원)에게 물었다.
민감성 피부란 정확히 무엇인가요?
내가 민감성 피부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2017년 국제 가려움증 포럼에서 보다 명확한 기준이 나왔습니다. 정상적으로는 이상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경미한 자극에도 가려움, 따가움, 화끈거림, 당김, 건조함 같은 불쾌한 감각이 나타나는 것이 민감성 피부입니다. 다만 아토피 피부염이나 접촉 피부염 같은 다른 피부 질환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 한해서 민감성 피부로 진단합니다. 예를 들어 화장품 샘플을 발랐을 때 참을 수 없이 가렵거나 따갑다면 민감성 피부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 내 피부만 유독 예민한 건가요? 민감성 피부의 원인은 무엇인가요?
크게 세 가지 발생 기전이 있습니다. 첫째, 피부 장벽 기능이 약해져서 보호막이 제 역할을 못 하는 것입니다. 둘째, 면역 반응이 증가해서 외부 자극에 염증이 쉽게 올라오는 것이고요. 셋째, 신경 감각 반응이 증가해서 사소한 자극에도 남들보다 더 따갑고 화끈거리는 것입니다. 유발 인자 중 가장 강력한 것은 화장품이고, 그다음으로 습도 변화, 에어컨, 온도 변화가 꼽힙니다. 그 밖에 과로, 스트레스, 수면 부족, 생리, 미세먼지 등도 민감성 피부를 유발하고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피부 장벽이 약해진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피부 장벽은 피부의 가장 바깥쪽인 각질층에 해당합니다. 각질 세포가 벽돌처럼 차곡차곡 배열되어 있고 그 사이를 지질 성분이 시멘트처럼 메꾸고 있는 구조인데요. 이 지질은 세라마이드, 콜레스테롤, 지방산 세 가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민감성 피부에서는 이 세 가지 구성에 변화가 생겨 보호막이 약해지고, 외부 물질이 더 쉽게 침투하며 피부 속 수분도 많이 빠져나가게 됩니다. 그래서 민감성 피부는 쉽게 건조해지고 자극에 잘 반응하는 것입니다.
민감성 피부가 화장품을 사용할 때 꼭 지켜야 할 원칙이 있나요?
세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 마일드 클렌징으로 부드럽게 세안하기. 둘째, 데일리 모이스처라이징으로 보습에 항상 신경 쓰기. 셋째, 선 프로텍션으로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히 바르기. 정말 기본적인 원칙이지만 이 세 가지를 잘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클렌징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요?
클렌징 디바이스는 세정력은 좋지만 피부 보호막을 과도하게 깎아내기 때문에 민감성 피부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오일 클렌저나 알칼리성 비누도 피부 장벽을 약화시키므로 추천드리지 않고, 약산성 세안제를 사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세안은 하루 두 번이 적당하고, 여드름이 동반된 경우 세안 시간을 30초에서 1분 정도, 홍조가 있거나 예민한 경우 30초 이하로 해주세요. 세안할 때는 손에서 거품을 충분히 낸 후 뽀득뽀득 문지르지 말고 살살 감싸듯 부드럽게, 미온수로 씻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보습에도 골든타임이 있다고요?
세안 직후 물기를 제거한 뒤 바로 보습제를 바르는 것이 골든타임입니다. 로션보다는 크림 타입이 보습력이 더 좋고, 그래도 건조하다면 같은 제품을 수시로 덧바르는 것이 좋습니다. 그럼에도 건조하다면 크림 사용 전에 히알루론산 앰풀을 먼저 바르고 그 위에 크림을 바르면 보습력이 더 높아집니다. 보습제를 고를 때는 세라마이드, 콜레스테롤, 지방산이 함유된 제품이 피부 장벽 기능 향상에 도움이 됩니다.
1일 1팩이 유행인데, 민감성 피부에도 좋은 건가요?
민감성 피부에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팩 안에는 좋은 성분도 많지만 내 피부에 자극되는 성분이 있을 수 있고, 변질을 막기 위한 방부제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매일 팩을 했더니 피부가 더 예민해지고 뒤집어졌다며 내원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또한 여러 단계의 화장품을 겹쳐 바르면 과보습이 문제가 되기도 하고, 각 제품에 극소량 들어 있는 유해 성분이 쌓이면서 자극이 커질 수 있으므로 화장품 개수를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자외선 차단제는 어떤 제품을 골라야 하나요?
산화아연이나 이산화티타늄 성분이 포함된 무기 자외선 차단제(물리적 차단제)가 피부 자극이 덜합니다. spf 수치는 15~30 정도가 적당합니다. 여름철에 많이 찾는 워터프루프 제품은 씻어낼 때 과도한 세안이 필요하기 때문에 민감성 피부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메이크업 제품을 고를 때 팁이 있나요?
워터프루프 제품은 지울 때 과도한 세안이 필요하므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베이스 메이크업은 리퀴드나 크림보다 파우더 타입이 방부제와 유화제가 적어 덜 자극적입니다. 아이라이너와 아이브로는 펜슬 타입이 좋고, 아이섀도는 어스 톤(earth tone)이나 베이지 같은 따뜻한 색 계열이 자극이 덜하며, 마스카라는 검은색을 추천드립니다. 또한 화장품의 유효기간을 꼭 지켜야 하는데, 보습제·선크림·파운데이션 등은 개봉 후 6개월, 립스틱은 1~2년, 파우더·섀도는 2년까지입니다. 특히 지난여름에 쓰던 선크림을 올여름에 다시 쓰는 경우가 많은데, 개봉 후 6개월이 지났다면 과감히 버리고 새 제품을 구입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민감성 피부에 도움이 되는 화장품 성분은 무엇인가요?
염증을 가라앉히고 싶다면 글리세린, 알란토인, 판테놀, 알로에베라, 그린 티, 징코 등의 성분이 좋습니다. 미백 제품을 쓰고 싶다면 비타민c보다는 자극이 적은 감초 추출물이나 나이아신아마이드 성분을 추천드립니다. 특히 나이아신아마이드는 피부 진정, 세라마이드 생성 촉진, 색소 침착 예방까지 효과가 있어 미백 성분 중 가장 추천합니다. 주름 개선 제품의 경우 레티놀은 효과는 좋지만 민감성 피부에 자극이 될 수 있으므로, 아데노신이나 다른 항산화제 성분이 포함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낫습니다.
민감성 피부에 도움이 되는 피부과 시술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민감성 피부에서는 진정이 최우선입니다. ldm 같은 초음파 진정 관리는 피부밑을 진정시키고 재생시켜주는 시술입니다. 스킨부스터도 도움이 되는데, 그중에서도 수분 성분과 함께 글리세린 등 항염·보습 성분이 강화된 제품이 민감성 피부에 좋습니다. 홍조가 동반된 경우 브이빔 같은 혈관 레이저도 효과적이고, 스킨 보톡스를 얼굴 전체에 시술하면 피부 민감도가 줄어들어 따끔거림이나 화끈거림이 완화될 수 있습니다. 가려움이 너무 심한 경우 항히스타민제를, 염증이 동반된 경우 항생 소염제를 처방하기도 합니다. 스테로이드 연고는 아무리 약한 것이라도 2주 이내로만 사용하고, 이후에는 최소 4개월 이상 강력한 보습제로 피부 장벽을 회복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민감성 피부를 위한 생활 속 관리 팁을 정리해 주신다면요?
잦은 화장품 변경은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새 제품을 쓰고 싶다면 귀 뒤나 팔 안쪽에 하루 두세 번씩 4~5일 정도 테스트를 먼저 해보세요. 가장 강력한 알레르기 유발 물질은 향료이므로 무향 제품을 선택하시고, 섬유 유연제도 향이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옷은 부드럽고 헐렁한 면 소재가 적합합니다. 천연 성분 제품이 안전할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천연 성분도 알레르기를 잘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결론적으로 적게 바르고, 적게 씻는 것이 민감성 피부 관리의 핵심입니다.